본문 바로가기

이런저런 잡다구리

소리위를 걷는 여자. 이은미. 2010년 앨범 <소리위를 걷다2>

반응형

■ 이은미의 2010년 새앨범 <소리위를 걷다2 >와 만남

어제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위드블로그에 신청했던 이은미 새앨범 캠페인이 용케 많은 경쟁을 뚫고 선정이 된것이다.


내가 이은미를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쏟아내는 나의 답은 노래를 가수(?)처럼 부르기 때문이다.
음정이나 고음처리...이런게 아니라
그녀만이 가지고 있는 냄새와 색깔같은 것?

물론 <맨발의 디바>로 익히 알려져 있는 그녀이다.
하지만 <맨발>은 그녀의 노래중 그저 일부를 표현할 뿐이다.
<맨발>이 그녀는 아닌 것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조금씩 천천히 우편물을 열어간다.


사실 선물을 개봉하는 영화나 티브이의 한장면을 빌리자면
우왁(?)스럽고 시원하게 개봉을 하는 것을 종종 보지만
나는 그렇게 한꺼번에 벌거벗겨내기보다는
천천히 천천히 선물을 개봉하는 것을 즐긴다.


드디어 이은미의 친필사인이 들어간
2010년 새앨범 <소리위를 걷다2>을 만났다.


어떤 느낌으로
이은미는 <소리>를 만나려 했을까?
얼마나 이은미다운
<냄새>와 <색깔>을 집어넣으려 했을까?




■ 이은미의 이야기하는 <걷다>는 표현... 

가수 이은미가 말하는 <걷다>는 표현에는
스스로를 <관조>하는 의미를 담는다고 했다.
스스로에 대해서 얼마나 자신을 객관화시켜 볼 줄 아느냐 하는 것,
그래서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하게 되는 것 같다고 한다.
속된 표현으로 <자뻑>하지 않아야 되는 것이라고 한다.

이은미는 객관화시킨 자신위에서 소리를 갖고 싶었을 것이다.
늘 그러했듯이 여전히 스스로에 대한 소리에
만족하고 싶었을 것이고,
도취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녀가 이야기하는 <걷다>에서 나는 다시 이은미의 매력에 빠졌다.
색깔있는 여자, 냄새나는 가수...
그녀가 꾼이요, 쟁이인 것을 다시금 오늘 느끼게 된다.






■ 이은미의 새앨범 <소리위를 걷다2 >에는...

이은미의 친필 사인이 직접 새겨진 이번 앨범은
개인적으로 나에게는 큰 영광으로
아마도 첫번째 경험으로 기억이 될 것이다.


1. 죄인
듣고있노라면 가슴이 <울컥>하고 적셔지는 느낌이 있다.
멀쩡하게 살고 있는 기억 저편으로 잊혀진 사랑마저 불러오는 절제된 절규같은 노래...

내겐 죄가 있죠.
하지만 난 모른척 피하죠.
그게 나를 떠나갈 이유가 될 줄 몰랐었죠
<중략>
사랑해요.사랑해요.사랑해요.사랑해요...


2. 다시 겨울이 오면
어쩌면 가장 이은미다운 냄새가 나는 곡이다.
어두컴컴한 방,
조금 열린 두꺼운 커튼 사이로 을씨년스런 잿빛 거리가 펼쳐지는 느낌...

눈이 내리는 내방 창가에 서면
어느새 스치듯 떠오르는 그대의 모습
<중략>
또다시 온다면 그땐 버틸 수 있을까
버릇처럼 돼버린 그말 다시 겨울이 오면
다시 겨울이 오면



3. 난 원래 이렇게 태어났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박수를 함께치며 몸을 흔들고 싶은 경쾌한 곡.
<다시 겨울이오면>이 이은미의 냄새가 난다면
<난 원래 이렇게 태어났다>는 이은미의 새깔이 느껴지는 곡이다.
시원한 느낌...통쾌한 느낌...
세상 사람들에게
악을 쓰며 불러 주고 싶은 노래...

그누가 뭐라해도 난 그래 이대로 소신대로 하겠어
난 원래 이렇게 생긴거야
<중략>
그래 눈치보지 않고 누가 뭐래도
내할말은 해야겠어
모두이리나와. 숨지말고 나처럼
자유롭게 해


4. 녹턴(Nocturn)
이별을 경험해본 사람들은 알까?
이별속으로 통렬하게 울어본 사람은 알까?
많이 울어 내 눈물 냄새를 맡아본 사람은
이 곡을 들으면서 다시금 기억이 날 것만 같은 가슴 저리는 곡이다.ㅠㅜ 

꿈은 여기까지죠 그동안 행복했어요
꽃잎이 흩날리네요 헤어지기엔 아름답죠 그렇죠
<중략>
꿈은 오늘까지죠 운명에 우릴 맡겨요
꽃잎이 흩날리네요 내사랑 그대 이제 나를 떠나가요


5. 강변에서
최근의 내 모습을 보는 듯해서 곡속에서 투영된 나의 모습을 보았다.

해는 어두어지고 밤은 깊이 흐르고
집으로 가는길에 사람들 사람들속에
하나둘식 켜지는 무심한 저 가로등따라
<중략>
더 멀리 떠난다 지금 이자리에서
오늘도 걸어가는 난 어디로 어디로



다섯곡의 노래를 듣고나니 한편으로 울적함이 찾아오고
또다른 한편으로 가슴이 아리면서 시원해지는 느낌이든다.
이런걸 정화라고 할까?
.
.
.






■ 마치면서...

지금도 <죄인>의 음율이 굉장히 강하게 내 아둔한 머리를 파헤지고 들어와
지금도 그 음율을 정확하게 기억해 낼 수 있다.
짙은 그리움에 빠져 있는 분들에게 정말 강추하고 싶은 앨범이다.

수렁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그저 아픔속에서, 슬픔속에서
허우적 대고 있는 분들이라면
한 여름의 소나기를 만나는 것처럼
터지는 슬픔과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참을 울고나면 툭툭털고 일어나
소나기 그친 맑게 개인 하늘을 볼 수 있는 앨범이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