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다구리

나의 세 여자(?)를 위한 화이트데이 선물...

'blog 2010. 3. 8. 16:54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번주 일요일이 또(?) 화이트데입니다.

일년에 한 번 밖에 없는 기념일임에도 불구하고
또(?)라는 다소 부정적인 어감으로 표현했던 것은
많이들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르는 여타의 남성들과 달리
적어도 내게는 별로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든 날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초콜릿을 전하며 여성의 사랑을 전하는
발렌타인데이의 반대급부(?)적인 성격이 강하긴 하지만,
어찌되었든 많은 여성들과 일부의 남성들은
또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번 만큼은 예전과 달리 저역시 화이트데이를
그냥 지나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직히 고백하자면,
저에겐 세 명의 여자가 있습니다.

물론 저는 결혼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세여자를 모두를, 그리고 어느 하나 치우침이 없이 똑같이 사랑합니다.
결혼을 한 당사자인 마눌도 사랑하지만,
또 저랑 결혼을 하진 않았지만, 나머지 둘의 여성도 미치도록 사랑할 수 밖에 없습니다.
어쩌면 이 사랑은 영원히 깨지지 않을 것만 같고,
아니 어쩌면 사실 마눌보다도 더 사랑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사실 두렵기까지 한 것이 사실이지요.
이쯤에서 많은 분들이 '돌'을 던진다해도 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분명한 나의 사생활이니까...

쨌든 저는 이번 화이트데이를 맞아 이 세 명의 여성에게
그 사랑만큼이나 똑같은 선물을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선물이라는 걸 똑같이 한다는게 썩 권장할 만한 일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에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고,
그리고 아마도 그녀들은 한결같이 흡족해 하리라 확신합니다.
왜 이런 사태가 생겼는지에 대한 히스토리는 이렇습니다. ㅡ,.ㅡ

일주일에 또는 이주일에 한 번씩 비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집'이라는 곳엘 갔지요.

* 집: 개인 또는 단체의 이름으로 되어있는 인간들이 거주하는 공간 또는 장소
   때로는 '집'이라는 공간 지각적인 명칭보다는
   보다 감성적으로 보이는 명칭인 '가정'이라는 명칭을 즐겨 쓰는 이도 있다고 합니다.

그 '집'에게 간만에 실질적인 명의주인 '나-꾼과쟁이'가 왔다는
소박한 권리도 행사할 겸 해서
화장실에 들어가려는데 마눌과 아이들이 저를 보고 빙긋이 웃습니다.

'응, 뭐지. 이 기분 쌉싸리한 느낌은...'

튼 서둘러 하체의 의복을 해체하고 변기에 앉아
담배를 꺼내물고 본격적인 행사를 실시하려는 순간!
떠~억하니 정면 한 복판에
한 장의 A4용지에 이런 무지막지한 글귀가 써있습니다.

'당신의 폐가 재떨이입니까?'

헉! 하마터면 소중한 저의 담배가 화장실 바닥에 떨어질 뻔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고속도로휴게소의 화장실에 붙어있는 이쁜 스티커가 아니라,
워드로 출력을 해 놓은 것을 보니
제대로 만들어 생산해 놓은 공산품(?)은 아닌 듯 했습니다.

히 그 출력물이 붙여져있는 위치의 인체공학적인 측면이나
시선처리에까지 신경을 쓴듯한...

- 174센티미터의 남자가 어깨를 축 늘어뜨렸을 때 최초 착석시보다 하강하는 시선의 위치까지 알고있다???-

그래서 여는 어설픈 광고판촉기획자 따위는
명함도 내밀 수 없을 만큼의 절묘한 포지션은 
분명히 '불순한 의도'에서 비롯한 행태임을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이미 여러번 접했기에 익숙한 글귀들을
짐짓 태연한척 천천히 읽어가면서
머리속 한귀퉁이에서 이런 생각이 스물스물 들기 시작했습니다.

'도대체 누가 이런 무모한 글귀를 걸어두었을까?'

명 마눌의 요사스런 주문에 소수의 선량한 우리 아이들이 말려들었음이 분명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화장실을 나와서는 아무소리 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내 스스로가 이야기를 꺼낸다는 것은
저들의 의도에 말려들 것이고 그들의 따따부따에 부응하는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지요.
사실, 저는 볼 일이 아니더라도
화장실에서 주로 담배를 피워왔습니다.
환풍기라는 다소 부족하지만 담배제거 시스템은
아파트라는 비인간적인 주택구조에서 그나마 내가 흡족해하는 장치였던 것이지요.

봄, 여름, 가을이야 베란다는라는 아파트를 설계한 그 분의 배려에 따라
빤스만 입고 햇빛이나 달빛을 즐기며 끽연을 했지만,
겨울이라는게 어디 그리 만만한가요?
특히 고층일수록 불어대는 바람과 싸늘한 냉기라는 혹독한 현실앞에서
팬티만 입은 나의 하체는 소름이 돋고 그 소름이 총알처럼 터져나올듯 했기 때문입니다.

런데 이제 나의 소박한 공간마저 천연덕스럽게 점령하려는 저들앞에서
제가 무릎을 먼저 꿇을 수는 없다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저들또한 이미 예상했던데로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습니다.
하나같이 입이 달싹달싹 움직이더니 끝내 한마디 하네요.

"뭐 느끼는 거 없어요?"

저의 의도와 상관없이 무조건 반사식으로 나와 버린 대답.

'뭐? 몰라!"

하지만 이미 터져나온 저의 대답이 나옴과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이
한꺼번에 터져나오는 이야기들....

'우리 친구 아빠는...어쩌고...저쩌고....'
'간접 흡연이 더 안좋다는데...어쩌고...'

급기야 이런 말까지 나오면서 나의 흉금을 흔들어 놓습니다.

'벌어놓은 것도 없으면서...돈이나 많음 또 몰러....'

"알았어, 알았어...끊을 거야..."

지만 저는 압니다.
여기서 제가 저들에게 어설프게 뭐라도 한마디 거드는 날에는
아예 담배가 아니라 나의 이빨까지 뽑혀 나갈 수 있다는 걸...
그래서 저는 고요히 그저 침묵으로 무장했습니다. 다짐도 하고...
종알거리는 그 소음(?)들 속에서
저의 귀를 닫고, 그저 TV를 보는 일에 집중했습니다.

오늘 따라 TV드라마 편성이 왜 이따우로 하는지...
볼 것도 없고...
애꿎은 방송계 종사자들을 싸잡아 비난하는 중입니다.

'에이, 이것들이... 돈 받고 일하면서
이렇게 시청자들을 배려하지 않으면 이건 직무유기 아니야???'

리고 다시 일상속으로 억지로 평온하게 돌아갑니다.

'나나라, 니 애비가 담배를 끊을 자신이나 있겠냐?'

마눌의 독기어린 그리고 조소어린
그러면서 나의 오기를 이끌어내겠다는 저의가 분명한
카랑카랑한 말투가 마지막 남은 저의 자존심을 사정없이 후벼팝니다.

'흠... 이 마눌이 이쯤되면 막가자는 거지???'

키진 않지만, 아이들에게 알랑방구끼면서 책도 읽어주고,
놀이도 하고, 게임도 하면서
겨우 관심을 다른데로 돌렸습니다.
ㅋㅋㅋ.. .

역시 제가 예상했던데로 아이들은 컴퓨터 게임 한번에,
미친듯이 열중에 빠져들었습다.
훌륭하고 바람직한 아이들입니다.
생각했던데로 잘 되질 않았는지
맥빠진 마눌은 방에 '쳐~'들어가서
보이질 않네요. 저의 승리인 것 같습니다. ㅎㅎㅎ

의 소박한 승리에 스스로 나름 기뻐하면서
아이들에게서 슬그머니 자리를 빠져나와
춥지만 그래도 잔소리가 덜한 베란다로 나갔습니다.

'흠? 마눌이 우짠일로 청소를 다해놨네?'

베란다에는 저의 전용 재떨이를 자처하는 화초가 살고있습니다.
꽤 오랜동안 저와 친분을 맺은 넘인데
도대체 그의 이름이 무엇인지 불러주려고 해도
그래야 지가 제게 와서 '꽃'이 되어줄텐데
저에게 통성명을 하자는 이야기를 안하니
저는 그저 그를 '재떨이'라고 불러주었습니다...

런 그넘이 오늘 말끔하게 '꽃(?)'인척
자태를 뽐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 대략 화분위 공간에 나의 꽁초가 서너개 누워있어야 정상일텐데... -
떡하니 지가 재떨이가 아니라는 걸 온 몸으로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명찰처럼 자리잡은 종이한장!


아날로그는 디지털보다 강하다.
네이버의 간결하고 화려한 뉴스보다도
잉크냄새가 나는 신문에서 사람냄새가 나는 것처럼...
잠깐 주춤거리긴했지만 저는 양보하지 않고 담배를 물었습니다.

하지만,
한 손에 그 종이를 쥐고,

또다른 한 손에는 끝내 담배를 들고서
한참동안을 하늘과 그 종이와 담배를 번갈아 봐야했습니다.
뭔가 머리끝에서 저릿하게 내려오는 걸
아시는 분은 아실 것 같습니다.

실, 담배가 몸에 이롭지 않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저역시 보건소에 스스로 다녀가기도 했고,
금연패치를 붙이기도 했고,
금연을 하면 20만원 주겠다는 회사에 참여도 해봤지만,
그리고 석달정도의 금연기간도 성공했었지만,
이런저런 일로, 그리고 스트레스라는 핑계거리가 그때마다 있어
번번히 실패를 맛봐야했었거든요.

하지만 딸아이가 직접 쓴,
아마도 큰 딸아이가 혼자 쓰는 것이 아니라 나를 뺀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썼을
이 재치어린 글앞에서
저는 다시금 금연을 다짐했어야 했습니다.

리고 집을 다녀와 사무실에 앉은 오늘,
아침에 화장실에서 볼일을 못보고
볼펜을 물고서 결재를 살펴보면서까지도
이번주말에 내려가서는
멋진 아빠가 금연이라는 선물을 가지고
화이트데이를 선물하려고 합니다.

화이트데이에 걸맞게 
오늘은 치과에 가서 스케일링도 받고
담배냄새가 아빠냄새인줄 아는 아이들에게
이번주에는 진짜 아빠의 냄새를 보여주려고요.ㅎ
첫 아이를 가졌을 때 떨리는 아빠의 사랑을 돌려주려고 합니다. 

쯤되면 저와함께 여러분도 동참하겠다고 하셔야 하는데...
그래주시면 저도 덜 힘들것 같은데...

어때요? 이번기회에 저랑같이 금연한번 해보실래요?
마눌과, 두딸과, 한넘의 아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사랑한데이~"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하고, <추천>은 꾼과쟁이를 춤추게 합니다.

제가 여기저기 살펴본 금연보조제 같이 올려봅니다.